20여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명예퇴직하고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지 1년이 지났다. 짧았던 기간동안 기대했던 만큼 보람도 느꼈지만 민원업무 등에 어려움도 많았기에, 처음 교육문서를 보았을 때는 그냥 잠시 업무를 제쳐두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 공무원이 되기전에 근무한 민간기업에서 사내대학 과정과 외부 위탁교육을 포함한 장단기 교육을 다양하게 받았었기에 이번에 인재개발원의 신규임용 교육은 사실상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교육과정은 공직자의 자세와 신념에 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가치관을 찾아가는 기회를 주었으며, 신출내기 공무원에게 안성맞춤인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우선적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하였는데 VIP의전에 맞춘 순국선열 추도식은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심기일전의 각오를 다지고 심연에 잠재된 애국심을 구체화하기에 충분했다.
타시도를 포함한 다양한 출신지역과 나이대의 직원들로 구성된 교육생을 아우르고 단합하게 했던 조직력 강화훈련은 낯선 교육생들 간의 어색함을 단 몇시간만에 친밀감으로 바꿔놓았다. 또한 10개조가 심각한 갈등 상황부터 재미있는 민원 현장까지 온몸으로 연출했던 역할극에선 공직자의 본분이 무엇인지 스스로 체득할 수 있었다.
예전의 직장에서 강원도에 안 가본 지역 없이 근무하고, 출장과 여행을 다녀봤지만 “강원의 역사와 문화” 강의는 우리 고향에 대한 재발견이었고, 도민이라는 자긍심에 저절로 탄성과 박수가 터져나오게 했다. 장애인복지센터에서의 봉사활동은 사회적 약자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소외계층 보호라는 공무원의 소임을 깨우친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또한 인재원장님을 비롯한 선배공무원들의 생생한 현장경험 청취와 질의시간은 귀감이 되는 알찬 스토리가 넘쳐났다.
이러한 교과내용을 바탕으로 교육생들은 강원도를 발전시킬 창의적인 아이템을 도출하는 능력과 소양을 닦을 수 있었고, 강원도민의 진정한 공복이 될 가치관을 정립하는 전환점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
교육과정 수료후에 “나는 공직자”라고 쓰고 “봉사자”라고 읽곤 한다. 작은 면지역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에 1년여 근무해 보니 세상의 빈자와 약자는 모두 시골에 사는듯 느껴졌다. 발령전에 나는 모든 민원서류를 자택의 컴퓨터와 프린터로 해결했었는데, IT세상에서 빈자쪽에 속한 시골분들이 시간과 수수료를 써가며 면사무소를 방문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나는 고향인 홍천에서 4만㎡의 농사일을 도우며 자랐고 20대에는 2년여 농사에만 전념해본 경험이 있어 농부의 일상을 잘 알기 때문이다. 농작물은 새벽부터 밤까지 쉼없이 움직이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데, 이런 시간들을 쪼개어 온갖 서류를 준비하러 면사무소로 방문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가급적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필수적인 구비물만 갖추면 가급적 재방문이 없도록 하고, 왕복 80분이 소요되는 군청에 가지않고 전화로 해결되도록 도와드리기도 한다. 공직자의 기본 마인드는 봉사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 나이는 지천명(知天命)에 이르렀다. 하늘의 명(命)을 안다는 뜻인데,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자기 의지만이 아닌 하늘의 섭리에 의한 것임을 느끼게 되는 나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안 될 일에 억지를 부리지 않게 되고, 쓸데없는 욕심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되는 나이이기도 하다. 단 몇년을 근무하더라도 사리에 얽매이지 않고 앞서간 선배들의 마인드와 자세를 거울삼아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지켜나가고, 지향점을 계속 높여 나갈 것이다.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교육과정의 강의 제목으로 내 다짐의 테마를 대신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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