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재개발원』과의 첫 인연은 1992년 3월이다. 공무원 신규임용 후보자반 교육을 위해 설레는 가슴으로 입교했던 행복한 기억이 있다. 그때는 스물넷의 순수 청년이었고, 교육원 시설도 개관한지 얼마 안 되어 깨끗하고 완벽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구보를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마저도 그리워진다.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아 예날이여”
그 이후로도 몇 차례 교육을 위해 인재개발원을 다녀왔고, 특별히 올해는 9. 11. ~ 9. 13. (3일간) “멋진 글쓰기” 과정을 수료했다. 교육당일은 여유 있게 라디오 음악을 들으며, 춘천으로 향했다. 강의실에 들어가서 등록을 하려고 보니 “1번이다” 순간 당혹감이 밀려왔다. ‘내가 나이가 최고 많다는 말인가’ 그런데 살펴보니 “가나다라...”순이다. 정말 다행이다.
왠지 예술가 기질이 있을 것 같은 과정장님의 교육일정 등을 듣고, 반장을 선출했다. 『자진해서 반장 하겠다는 분은 제가 과정장 하는 동안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오늘도 여전히 없겠지만, 하실 분 손드세요... 네에 역시나 없습니다. 이럴 땐 보통 1번이 반장이고, 맨 끝번이 총무인데, 이번 교육과정은 인원이 적어 총무도 필요 없어요. 1번분 하세요.!!!』 세상에 태어나 청소반장도 한번 안했었는데, ‘왜 이번 교육생 중에는 “강”씨나 “권”씨가 없단 말인가?’
첫 시간 강의는 인재개발원 교육운영과 김영준 계장님의 “정부3.0의 이해”다. 과정장님의 말로는 모든 교육과정에 정부 3.0에 대해 수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강사님께서는 올해 연말에 퇴직을 앞두고 있어 아쉽고, 시원한 마음이 든다.』고 하셨다. 언젠가 우리도 퇴직을 해야 하기에 그 심정이 어떨지 헤아려졌다. 계장님은 “창조경제”에 대해서 열강해주셨고, 우리도 열공했다. 그런데 2시간 정도의 공부로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어려울 듯 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올바른 공문서 작성법”에 대해 강원도청 문화예술과 김왕제 강사님의 강의가 시작 되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출강도 하고, 출간도 했다고 한다. 내심 부럽고, 글쓰기에 대한 강한 욕구가 생겼다. 평소 문서를 많이 만드는 공무원은 기안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 한마디, 문구 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한글을 바르게 써야한다고 했다.
졸음이 한없이 밀려오는 교육 시간은 끝이 나고, 이번 강의는 전상국 김유정 문학촌장님의 “글쓰기의 이해” 시간이다. 촌장님은 빵모자에 키가 훤칠하시다. 고향이 홍천군 내촌면이어서 더 친근감이 간다.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고 하셨다. 목소리 톤도 연세에 비해 정정했다. 촌장보다는 “작가”로 불리는 것이 제일 영광이지만, 지금의 이 자리도 글쓰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좋은 글은 좋은 생각이 담겨야 하며, 평소에 많이 생각하고 습작하며 진실, 솔직한 것을 무기삼아 독창성 있게 써야 한다. 또한 아무리 잘 쓴 글이라고 할지라도 읽는 독자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어야 하며, 또 읽고 싶을 정도의 여운을 주어야 한다. 촌장님은 비록 2시간의 짧은 강의를 해주셨지만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는 참 소중한 시간이었고, 한권의 소설을 써보고 싶은 도전을 받았으며, 촌장님이 쓴 책도 선물로 받았다.
교육 2일차에는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이효석 작가의 고향 평창을 다녀왔다. 지금은 효석 문화제 기간으로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었고, 나는 허생원의 연인이 되어 물레방아간도 돌아보고, 메밀밭에서 사진도 찍었다. 작가가 만들어 낸 ‘허생원과 동이가 실제 살았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소금을 뿌려 놓은 듯이 메밀꽃이 한창』 이었고, 우리가 들렀던 식당은 메밀국수에 탁주 한잔으로 요기를 달래는 사람이 북새통이다. 작가가 좋아했다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원두를 반시간여 동안 볶는 체험도 했다. 장돌뱅이 허생원의 삶의 현장이었던 봉평장은 문화제를 보기 위해 온 관광객들로 떠들썩했다. ‘오늘 허생원이 왔다면 대박이었을 것’라는 생각을 하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셋째 날 첫 강의시간이다 [앞으로 3시간동안 강의를 해주실 강사님께서는 강원도립대를 출강하시는 박정애 교수님이십니다. 박수로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소개를 했는데, 아뿔사 강원도립대가 아니라 강원대학교를 출강하신단다. 강의가 끝나고 정정을 했지만 ‘반장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글을 쓸 때의 목표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과, 내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며, 거기에다 이야기를 입히면 아주 좋은 글이 될 수 있고, 독자 또한 오래 도록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지 말고, 빙산의 일각만 설명하라고 한다. 독자의 몫을 많이 남겨놓는 작가의 글이야말로 좋은 글이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강의는 “카사블랑카” 영화의 마지막 장면 ==『릭이 사랑했던 연인에게 구하기 힘든 통행증을 준다.그리고 비행기는 떠나고, 릭은 남는 다.』==
이제 마지막 강의시간이 되었다. 다행이도 이번시간에는 강사소개를 안해도 될 분이 오셨다. 강사님께서는 봄온아카데미 최유미 원장이며 전직 “아나운서” 출신이라고 하였다. 앞으로 3시간 동안 “글의 구조와 논리”에 대해서 강의를 한다. 목소리 톤이 낭랑하고 또렷했으며, 시선을 여러 사람과 마주치면서 본인 소개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수업 진행 방식은 실습위주로 진행됐다. 먼저 발표를 위한 글쓰기를 했는데, 작성은 OBC(Opening Body Closing) 방식으로 주제는 “나”이다. 글쓰기를 마치고 발표시간이다. 1번이고 반장이라 제일 먼저 했다. 막상 카메라 앞에서 나의 소개를 하려니 떨렸다. 그래도 발표를 하고 나니 편안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발표를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실습은 라디오 DJ 방송극본을 써서 발표하는 것이다. 발표순서는 번호순이 아니라 지명하는 순서였는데, 아까보다 더 떨렸다. 가볍게 손을 떤 것 빼고, 첫 방치고 모두들 성공적이었다. 당장이라도 봄온아카데미에 등록하여 스피치를 할 기세였는데, 어느덧 시간은 지나 한해의 끝자락에 서있다.
3일간의 아쉬운 교육이 끝나고 설문지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반장하느라 수고했다며 유에스비(USB)와 박수도 함께 받았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푸짐한 선물을 주니 참 기뻤다.
올해는 처음 해보는 것이 많은 한해였다. “멋진 글쓰기” 교육과정도 1회 이고, “반장”도 처음 해보고, 라디오 DJ도 해보고,「꿈?감동?변화」우수강좌 에세이 공모도 1회다. “무언가를 간절히 소망하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내 어릴 적 꿈은 소설가였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른들이 소설가 해보라고 했던 것 같다. 커가면서 소설가의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멋진 글쓰기” 교육과정을 통해 그동안 나에게 잠재 되어 있던 꿈을 다시한번 꾸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재개발원을 나오면서 본 건물은 예전 그대로인데 어느새 나는 사십대 중반의 중년이 되었다. 그러나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배움은 끝이 없다. 신규교육 받을 때 심었던 나무가 자라 이젠 아름다운 숲이 되었다. 이제 더 바람이 있다면 6급이 되어 핵심리더교육을 받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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